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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정책, 여전한 불편… 교통약자 이동권의 오늘

by 토끼백과 2025. 7. 17.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벌써 몇 해 전입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멈춰 세운 그날, 우리는 교통약자들이 마주한 현실을 잠시나마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그 후,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정책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동은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 콜택시,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모두 있다는 데 실제로는 “갈 수 없는 곳이 많다”고들 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위 이후 달라진 정책과 여전한 불편함, 그리고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교통약자 이동권’의 현재를 진단해보겠습니다.

바뀐 정책, 여전한 불편… 교통약자 이동권의 오늘
바뀐 정책, 여전한 불편… 교통약자 이동권의 오늘

1) 바뀐 건 맞지만, 체감은 멀다 — 시위 이후의 정책 변화

장애인 이동권 시위는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존엄한 삶’에 대한 외침이었습니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확대, 장애인 콜택시 예산 증액, 저상버스 도입률 상향 등의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제4차)”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저상버스 도입률을 10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장애인 콜택시 배차 대수를 늘리고, 심야 시간 운영도 점차 확대 중입니다.

  각 지자체는 신규 전철역에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노후역에도 순차적으로 개보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달라진 정책’이지, ‘달라진 현실’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은 말합니다.
“예산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화하면 콜택시가 안 잡혀요.”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0%라고 해도, 막상 내가 가는 곳엔 없더라고요.”
“저상버스는 있는데, 기사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선 못 타요.”

 

법과 제도가 움직였다는 건 분명 희망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가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2) 장애인 콜택시와 엘리베이터, ‘있다’와 ‘쓸 수 있다’는 다르다

장애인 콜택시는 대표적인 이동권 보장 수단입니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장애인에게 전용 콜택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접근성’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콜택시는 약 700여 대.
서울 전체 등록 장애인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평균 하루 0.03회 이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용자들은 예약하려고 몇 시간 전부터 기다려야 하며, 심야에는 아예 배차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 또 하나의 문제는 ‘지하철 엘리베이터’입니다.
장애인 휠체어 이용자에게 있어 엘리베이터는 생명선과 같습니다.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그 역은 ‘이동 불가’ 구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 있지만, 현실은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특히 구도심 노선(1호선, 2호선 등)에서는 설치 공간이 부족하거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설치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장’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고장이 잦고, 수리 안내도 늦으면 실제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엘리베이터 고장 났다는 걸 도착해서 알면, 돌아가는 데 한참 걸려요. 앱으로 안내라도 정확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있음'과 '쓸 수 있음'은 다르다는 점이, 지금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3) 이동권 보장은 곧 삶의 권리 — 무엇이 더 필요할까?

이동권은 단순히 ‘어디 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일을 하러 나가고, 병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일상의 기본을 가능하게 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들은 말합니다.
“이동권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권리도 모두 사치일 뿐이다.”

 

▶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① 정책의 ‘실행력’ 강화
계획은 충분히 많습니다. 문제는 현장의 실행력입니다.
저상버스가 제때 도입되고, 콜택시가 실제로 배차되며, 엘리베이터가 항상 작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현장 중심의 피드백 시스템
당사자가 불편을 바로 제기하고, 행정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교통약자 이동권 정보포털’이나 지자체별 전담 창구가 실시간 대응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③ 장애인과의 협치 구조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동편의 증진위원회 등에서 실제 사용자들이 정책 설계에 참여해야, ‘있는 제도’가 ‘쓸 수 있는 제도’가 됩니다.

 

▶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비장애인’의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이동권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휠체어를 타지 않더라도, 유모차를 끌거나, 갑작스럽게 다쳤을 때… 우리는 누구나 교통약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이동권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지하철을 멈춰 세우는 시위는 이제 자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교통약자가 ‘이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불편을 공감하는 것을 넘어, 함께 바꾸는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입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려면, 모두의 발걸음이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걷는 길 위에 누군가는 멈춰서 있지 않은지… 잠시 돌아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