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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 혐오표현… 표현의 자유인가 폭력인가?

by 토끼백과 2025. 6. 28.

디지털 시대의 발전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사회문제를 낳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온라인 혐오 표현과 악성댓글, 이른바 사이버 폭력입니다. 온라인 공간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쉬운 구조 덕분에, 현실에서는 감히 하지 못할 표현들이 거리낌 없이 쏟아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때때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무너뜨릴 만큼 깊고 치명적입니다.

 

특정 성별, 인종, 지역, 직업군에 대한 혐오 발언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조롱, 비방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심리적 트라우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일부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 청소년 사이에서의 자살 사건 등은 사이버 폭력의 실질적 위험성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들입니다.

 

이 글에서는 온라인 혐오 표현과 악성댓글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고, 현재 시행 중인 법·제도적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를 중심으로 사이버 폭력을 어떻게 근절해 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악성댓글, 혐오표현… 표현의 자유인가 폭력인가?
악성댓글, 혐오표현… 표현의 자유인가 폭력인가?

1) 사이버 폭력의 현주소 — 왜 이토록 위험한가?

☞ 인터넷과 함께 진화한 혐오의 언어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창구는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무기처럼 사용되며, 혐오 표현과 악성댓글은 점점 더 교묘하고 폭력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성별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특정 지역 출신을 조롱하고, 정치적 성향이나 직업군, 외모를 공격하는 댓글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혐오 표현은 단순한 개인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집단 간의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며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특히 커뮤니티, 유튜브, 포털 뉴스의 댓글창, SNS 등에서 쏟아지는 공격성 댓글은 집단적 린치의 형태로 타인을 압박하고, 여론을 왜곡시키는 등 공론장의 순기능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 악성댓글 피해자의 고통은 실시간이다
사이버 폭력의 문제는 피해가 24시간 지속된다는 데 있습니다. 오프라인 폭력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가능하지만, 온라인에서의 폭력은 시도 때도 없이 알림창으로 다가오며 피해자를 계속 자극합니다.

 

특히 청소년, 연예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악성댓글은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칩니다. 피해자들은 불면증, 우울증, 대인기피, 자살충동 등을 호소하며, 일부는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폭력은 가해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더 큰 공포와 무력감을 안겨줍니다.

2) 혐오 표현과 악성댓글에 대한 법과 제도적 대응

▶ 현행 법률과 제재 방식
한국에서는 온라인상 혐오 표현 및 악성댓글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형법,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 다양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 타인에게 불안감·수치심을 주는 정보를 게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 형법상 명예훼손죄
: 사실이든 허위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이 가능합니다.

● 모욕죄
: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아도 공연히 타인을 모욕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되는 게시물이나 댓글에 대해 삭제 또는 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제재는 실효성 면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신고나 고소가 되더라도 처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증거 수집이 어렵거나 가해자가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습니다.

 

▶ 포털·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
최근 사회적으로 악성댓글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주요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자율적으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스포츠, 연예뉴스 댓글란을 폐지하거나 AI 기반 악플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유튜브는 악의적 댓글을 자동으로 숨기거나 ‘경고’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 스스로 자제를 유도합니다.

 

또한 2020년 도입된 실명제 유사 시스템과 작성자 이력 노출, 신고 강화 기능 등은 댓글 창의 익명성을 일정 부분 제한해 책임 있는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민간 플랫폼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더 체계적이고 강력한 법·제도적 개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3) 사이버 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과 우리의 역할

①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정의와 기준 마련
현재 한국 법 체계에서는 ‘혐오 표현’이라는 개념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법적 판단 기준이 모호해 처벌이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유럽연합(EU)이나 캐나다, 독일 등은 인종·성별·종교 등에 기반한 혐오 표현을 명확히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처벌 기준도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한국 역시 혐오 표현의 정의를 법률로 명시하고, 차별 금지법이나 디지털 인권 보호 법안을 통해 이를 근절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② 디지털 인권 교육과 인식 개선
법 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디지털 리터러시(정보윤리) 향상입니다. 학교와 지역 사회, 기업에서 디지털 시민 교육을 강화하여,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인권 사이의 균형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처음 접하는 세대들에게는 ‘댓글도 말이다’, ‘키보드 뒤에도 사람이 있다’는 기본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③ 피해자 지원 체계 확립
피해자가 스스로 증거를 수집하고 법적 절차를 밟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에 따라 심리 상담, 법률 지원, 신고 시스템 개선 등 피해자 지원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더 정교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처럼, 악성댓글과 혐오 표현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접수·상담 창구가 필요하며, 신속한 게시물 삭제 및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 사이버 폭력은 단지 “온라인상에서의 말다툼”이 아닙니다. 그것은 명백한 폭력이며, 한 사람의 정신과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범죄입니다.
익명 뒤에 숨은 언어의 칼날은 오히려 더 날카롭고 잔인하며, 디지털 사회가 진화할수록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교묘해질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적 대응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가치관과 문화가 바뀌는 것입니다. 혐오가 당연한 표현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악성댓글이 공감과 재미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인식과 선택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이버 폭력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한 줄의 댓글도 책임지고 달기’, ‘혐오 표현을 방관하지 않기’,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같은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들이 모일 때, 우리는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디지털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